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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 이상이고 싶은, 나는 약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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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근 열방약국
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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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약사 이영근입니다. 제주도 서귀포시에 열방약국을 운영하고 있고요. 대학 졸업한 후에 친구 아버님이 소개를 하셔서 1년 있을 생각으로 내려왔다가 제주도민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내년이면 약사 인생 30년이 되네요. 제주는, 아직, 사람의 온기가 많이 느껴지는 곳입니다. 사람들은 의사선생님께 진료받고 약국에 처방전을 제출하고 약을 타갑니다. 이 절차는 아주 기계적으로 진행이 되기는 합니다만. 그렇지만 그 외의 인간관계가 형성되는 곳이 약국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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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약국은 주로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쉼터이기도 하고, 제가 어쩌다보니 벗이 되어드리게 되곤 합니다. 일주일에 서너번 저희 약국으로 출근하시는 할아버지가 계세요. 약을 사려고 오시는 것은 아니고 그냥 오세요. 그냥 오셔서 한시간 두시간 저랑 수다를 떨고 가세요. 이야기 나누다보면 건강에 대한 염려가 많으신데, 제가 많이 안심시켜 드리죠. 저희 약국이 계단을 많이 올라야 해서 어르신들이 좀 힘들어하시는데, 굳이 이리로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뭐랄까 그분들은 뭔가 대화하고 싶은 거죠. 건강에 대해서, 사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그걸 받아주고 다시 이야기를 걸어주고 하기에는 약국은 많이 기계화 되었다고 봐야죠. 한번은, 이런일이 있었어요. 코로나가 막 유행하기 시작한 시기였는데, 그때 마스크 판매 양을 한정할 때였어요. 할아버지 한분이 손자를 줘야 하니 많이 달라는 거에요. 그래서 국가에서 그것을 막고 있다고 말씀을 드렸죠. 그런데 손자가 육지에 있는 체육특화중학교에 진학해서 합숙훈련을 한다는 거에요. 본인이 보호자고. 연세도 많이 되셨고 뭐랄까 일반인들에게는 쉬운 일들이 이 할아버지에게는 버거운 그런 모양새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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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기하는 건 딱 보면 아는데 그런건 절대 아니었어요. 사정사정을 하시길래 약사들에게 나오는 마스크가 있어서 그거라도 어떻게 모아서 드렸어요. 그랬더니 그자리에서 펑펑 우시는 거에요. 이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은혜까지는 아니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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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다음부터는 그 할아버님이 텃밭에서 나는 야채를 꼭 주고 가세요. 상추랑 브로콜리랑. 그러실 필요는 없는데 꼭 오셔서 주시고. 그리 이번에 손자가 유소년 국가대표 상비군됐다고 사진 보여주시고... 이런 일들이 제법 많아요. 아픈 사람들은, 병을 고쳐달라고 의사와 약사를 찾기도 하지만,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것 이전에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고 진심어린 대화를 하고 싶어 해요. 저는 그런 약사가 되고 싶은 약사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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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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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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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_responsible_viper제주도 서귀포시에 정이있고 편한 열방약국이 있어서 동네분들은 좋겠습니다~ 부럽습니다
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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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정원약사님을 뵙고 이 글을 읽으니 더욱 감동스럽습니다. ~ 힐아버지의.눈물이 뭉클...감동입니다. 참.따뜻한.약사분이시네요. 앞으로는 약 구입할 일이.있으면 멀더라도 꼭 여기서 구입해야 겠습니다~
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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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근 열방약국네 모두 감사드립니다. 요즘처럼 모두가 힘든 시기지만 잘 극복해서 함께 웃을 수 있는 그 날이 속히 오기를 바랍니다.
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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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정원여기서 뵙게되니 더 반갑네요~_~ 약이 필요할 때는 그 곳에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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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근 열방약국
@ottoteuto1s
3년 전
박스담기bo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