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oaah(후아) -  밭에 가봤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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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에 가봤시냐?

바닷길 산책을 하다보니 위미리 해녀 어머님들이 바당에서 물질을 하십니다. 옆집 해녀할머님은 은퇴 하셨기 때문에 담장넘어 바다와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며 하루를 보냅니다. 7남매를 키우신 할머님은 늘 외롭다고 하지만, 매주 오는 큰똘(큰딸), 작은똘(작은딸)들이 있습니다. 따님이 다녀 가면 파마도 하고 염색도 해서 시집가도 될 만큼 곱게 단장을 하고 계십니다. 따님이 다녀간 후에는 더 외로움을 느낍니다.

어제는 갤러리 예초를 하였습니다. 우리가 겨울 동안 귤팔고 한라봉 팔고 하는 것은 다 갤러리 운영을 돕기 위함인데.. 요즘은 코로나 확산 방지와 안전을 위하여 야외갤러리만 개방을 하고 실내 갤러니는 약속한 사람들만 만나고 있습니다. 그래도 야외 화단정리와 잡초제거 예초등은 쉬지 않고 해야 합니다. 그 동안 게으름을 피웠더니 쑥들이 많이 자라고 겨울덤불이 뒤덮여 있어 부지런히 정리 정돈을 하였습니다.

할머님께서는 "그마이 해라! 그마이 해라! 놀아라 ! 놀아라 ! " 하십니다. "그렇게 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그마이 해라 ! 가 고구마 먹어라 ! " 몇 번을 거절했지만, 고구마 먹기전까지는 계속 고구마 먹으라고 하실 것 같아. 잠시 쉬고 고구마먹으러 들어갔습니다. 사실, 배가 고픈것은 아닌데 달달한 고구마가 먹고 싶기도 했습니다. ^^ 외식금지, 마스크 2개쓰기, 3mm거리두기, 만날 때 마스크 벗지 않기 등 방역에 철저히 했는데 예초하거나 야외 정원작업 할 때 그리고 할머님 앞에서는 약해졌습니다.

접시에 담겨 있는 고구마를 하나, 둘, 셋 다 먹었습니다. 할머님께서는 계속 "답지지 않게 김치먹어라! 김치먹어라! " 말씀 하셔서.. 김치 먹기 전까지는 계속 말씀 하실 것 같아 고구마에 김치도 먹었습니다. 김치가 어찌나 맛있던지 큰따님의 음식솜씨는 정말 자랑할 만 합니다. 저는 언니라고 부릅니다. 그렇게 고구마와 김치와 다방커피까지 마시고 다시 예초를 시작하였습니다.

먹고나니 얼굴이 밝아집니다. 마스크는 어디에... .. ㅠ.ㅠ

예초기에 기름을 넣고 뚜껑을 닫으려고 하는데 아무리 찾아도 뚜껑이 보이지 않습니다. 어디로 간 것일까? 귀신이 곡을 할 노릇이었습니다. 한참을 두리번 두리번 찾다가... 결국 찾았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찾으셨나요? 퀴즈.. 잊어버린 뚜껑을 찾으신 분은 덧글 부탁드립니다. 소정의 선물을 보내드리겠습니다. ^^

어제는 노후된 예초기 줄을 교체 해야 했는데.. 일요일이라 농협이 쉬는 날이기도 하여, 급한 마음에 이웃 삼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밭에서 일하시다가 20분안에 와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모자에 만장일치라는 말이 계속 눈에 들어왔습니다. 무슨일을 할 때 만장일치로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하지만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행복한가?

비록, 어제 교체해준 낡은 줄도 오늘 또 망가졌지만, 든든한 이웃, 해녀삼춘과 희철삼춘이 계셔서 참 감사합니다. 아버지 성함과 같아서 희철삼춘은 가시면서 "아빠, 안녕히 가세요 해라 ! ~ " 이렇게 말씀하시고 가셨습니다. 오늘, 개산책 하며 길에서 희철삼춘을 만났는데. "한가한가 보다 잉? 밭에 검질(잡초뽑기)하러 와라 ~~~ " 트럭에는 언니와 일하시는 한분 이렇게 세분이 점심을 드시고 위미리 밭에 검질하러 오시는 것 같았습니다. 마음은 가고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도 해야 할 일들이 있기에.. 복귀^^ 새로운 한주가 시작되었습니다. 농사를 짓는 분들은 전정하고, 검질하고, 거름주고 바쁜 3월입니다. 할머님께서는 계속 "밭에 가봤시냐? " 물으시지만.. 게으른 가짜 농부는 아직 밭에 가보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되었을까요? 검질도 하고, 거름도 주고, 전정도 하고, 죽은나무들 정리도 해야 할텐데.. 갤러리는 2월과 3월 벌써 2번째 예초를 했는데.. 밭에는 풀이 많이 자랐을 것 같습니다.. 할머니, 밭에도 가봐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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