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함께 나누는 전통과 지역의 맛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한국 사람들은 ‘김장’ 담글 준비를 합니다. 마당이나 베란다에 줄지어 놓인 배추, 가족들이 모여 함께 김치를 담그는 모습은 우리의 정겨운 기억 중 하나입니다.
김장은 단순히 겨울철 먹거리를 마련하는 것을 넘어서, 함께 담그고 나누는 화합과 유대감을 강화하는 소중한 전통 행사입니다.
김장의 역사
김장은 한국의 오랜 역사와 함께 발전했습니다. 겨울철 채소를 구하기 어려운 시절, 김장은 매우 중요한 저장 방법이었습니다. 문헌상으로는 고려시대의 이규보가 쓴 시에 "무를 장에 담그거나, 소금에 절인다"고 김장을 표현하였고, 오늘날처럼 초겨울에 김장을 담근 기록은 조선후기 19세기 문헌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한다고 합니다.
지역별 김장의 특색
한국의 각 지역은 기후와 풍토에 따라 김치의 맛과 재료가 다릅니다. 전라도는 감칠맛이 강한 젓갈이, 경상도는 매운맛이 특징입니다. 강원도는 무와 소금으로 담근 동치미가 유명하고, 제주도는 해산물로 담근 해물김치가 독특합니다.
'세계김치연구소'는 산맥, 강, 바다, 평야 등 지형에 따라 나는 농수산물이 다르다고 보고, 김치지형도를 4대 권역으로 소개합니다. 김치지형도는 산을 넘으면 절임 농도가 달라지고, 강을 건너면 젓갈 종류가 달라지는 자연이 만들어낸 김치의 경계를 보여줍니다. (출처 : 세계김치연구소 김치콘텐츠통합플랫폼)
서해안·내륙 문화권은 경기, 충청지방의 한강·금강 일대 지역입니다. 강과 바다가 인접한 곳에서는 젓갈을 활용한 고급김치가 발달하였습니다. 척박한 충청 내륙산지는 담백한 ‘짠지’를 담가먹었습니다.
경기지역은 보쌈김치, 비늘김치, 순무김치, 충청지방은 호박김치, 게국지, 가지김치, 내륙산간 영서지방은 더덕김치, 옥수수백김치가 유명합니다.
동해안·해양 문화권은 영동, 영남 해안가 지역입니다. 태백산맥을 경계로 한 바닷가 지역으로 어종이 풍부하고 무를 이용한 식해 문화로 유명합니다.
주요 김치는 서거리지, 가자미식해, 오징어김치, 양미리김치, 청란젓지가 있습니다.
서남해안·평야 문화권은 호남지역으로 영산강과 섬진강이 흐르고, 소백산맥과 노령산맥이 지납니다. 황석어 등 어종이 다양하고 풍부해 진한 젓갈맛이 주된 특징입니다. 풍부한 농산물과 함께 고구마줄기, 고들빼기 등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김치도 유명합니다.
주요 김치는 나주반지, 고들빼기김치, 갓김치, 양파김치, 대파김치, 감태김치가 있습니다.
동남해안·산간 문화권은 영남지역으로 낙동강과 태백산맥, 소백산맥이 지납니다. 더운 날씨 탓에 마늘과 젓갈 양념을 많이 넣습니다. 옛날에는 고춧가루가 귀해 제피열매를 대신 갈아 넣기도 했습니다.
주요 김치로 부추김치, 콩잎김치, 비지미김치, 굴젓김치, 미나리김치가 있습니다.
‘김장,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
2013년 한국의 김장문화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김장을 통해 이웃 간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며 연대감과 정체성, 소속감을 증대시켰다"는 평가를 받으며 만장일치로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정하여 김치의 가치와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있고, 세계 곳곳의 도시에서도 김치의 날을 선포해 기념하고 있습니다. 11월 22일은 김장하기 좋은 11월에 김치 재료 하나하나(11월)가 모여 22가지(22일) 이상의 효능을 낸다는 의미를 담은 날짜라고 합니다.
김장은 전통의 계승뿐만 아니라, 건강한 먹거리 문화를 지키는 중요한 행사입니다. 요즘은 바쁜 일상으로 가족이 모여 김장을 담그는 것이 쉽지는 않고, 김치를 사먹거나 혼자서 조금씩 담그는 가정이 많아졌습니다.
그럼에도 가족간, 이웃간, 다양한 조직들과 지역사회에서 '김장'이라는 퍼포먼스 또는 축제를 다양한 규모와 내용으로 펼쳐가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김장'이 우리의 화목과 협력, 소통이 증대하고, 삶이 더욱 나아지고, 행복한 내일을 준비하는 소중한 과정으로 자리매김해가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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